아이가 어릴 때 부모와 안정적인 관계를 충분히 경험하지 못하면, 훗날 조현병 같은 정신질환이 생길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이론이 있습니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천근아 교수가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교양이를 부탁해’에서 밝힌 내용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애착 결핍이 조현병을 직접 유발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애착이 부실했던 아이들이 청소년기 이후 조현병 발병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는 정신역동학적 이론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왜 이런 이론이 나왔는지, 그리고 부모가 이 시기에 실제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순서대로 짚어보겠습니다.
애착 형성 시기와 지식 습득, 어느 쪽이 먼저인가

결론은 명확합니다. 생후 0세부터 18개월까지는 지식보다 애착 형성이 우선되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천근아 교수는 이 시기를 영아기라 부르며, 아이가 배고플 때 먹을 것을 주고 울거나 심심해할 때 반응해주는 상호작용 자체가 애착 형성의 핵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시기에 글자를 가르치거나 숫자를 익히게 하는 것보다, 보호자가 아이의 신호에 얼마나 일관되게 반응해주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한글이나 영어 조기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라면 이 부분을 우선순위에서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애착이 부족하면 왜 정신질환 위험과 연결된다고 보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신뢰감 형성 여부에 있습니다. 천근아 교수는 애착 경험이 충분히 충족되어야 아이가 세상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갖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반대로 애착이 부실하거나 중간에 끊어진 경험이 반복되면,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자리잡고 감정 조절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 정신역동학적 이론의 골자입니다. 이런 취약성이 이후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것이 하나의 이론적 해석 틀로 제시된 내용이라는 사실입니다. 애착 문제가 있었다고 해서 반드시 조현병이 생긴다는 의학적으로 확정된 인과관계는 아닙니다.
조현병은 애착 문제만으로 생기는 병인가

아닙니다. 조현병은 원인을 한 가지로 특정할 수 없는 다인성 질환입니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는 조현병의 발병 위험 요인으로 유전적 요인, 환경과 생활 경험, 뇌 구조 및 기능의 차이 등을 함께 언급하고 있습니다. 애착 결핍은 이런 여러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환경적 변수일 뿐이며, 유전적 소인이나 뇌 발달 과정과 함께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보는 것이 현재 정신의학계의 시각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애착이 부족했으니 조현병에 걸릴 것”이라는 식의 단정은 과도한 해석입니다. 이 부분을 오해하지 않는 것이 이 이론을 받아들이는 데 가장 중요한 전제입니다.
영유아기에 선행학습을 시키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

선행학습이 만능이 아니라는 점도 확인해볼 대목입니다. 천근아 교수는 학교 입학 전부터 과도한 선행학습을 시키는 것이 발달 과정에 역행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식을 먼저 채워 넣는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면, 사회성이나 정서적인 부분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시기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문제집이나 학습지가 아니라 보호자, 또래와 함께하는 놀이 시간입니다.
미국소아과학회도 어린 시절의 놀이가 소통 능력, 자기조절 능력, 실행 기능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놀이를 통해 아이는 협력하고 갈등을 조절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됩니다.
부모가 확인해볼 수 있는 애착 신호
거창한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신호를 보낼 때 얼마나 일관되게, 얼마나 빨리 반응해주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것이 시작점입니다.
배고픔이나 불편함을 표현할 때 방치되는 시간이 길지 않은지, 울음이나 심심함을 표현할 때 무시되는 경우가 많지 않은지를 살펴보는 방식입니다. 특정 행동 하나로 애착 상태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평소 상호작용의 빈도와 일관성이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만약 아이의 발달이나 정서 반응에 지속적으로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소아정신과나 발달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확인해보는 방향이 안전합니다.
Q&A
Q1. 영유아기 애착 결핍이 있으면 반드시 조현병에 걸리나요?
아닙니다. 애착이 부실했던 경우 조현병 발병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정신역동학적 이론이 있을 뿐이며, 조현병은 유전적 요인, 환경과 생활 경험, 뇌 구조 차이 등이 함께 작용하는 다인성 질환입니다.
Q2. 애착 형성이 가장 중요한 시기는 언제인가요?
생후 0세부터 18개월까지의 영아기가 애착 형성에 가장 중요한 시기로 언급됩니다. 이 시기에는 지식 습득보다 보호자와의 안정적인 상호작용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Q3. 애착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형성되나요?
아이가 배고플 때 먹을 것을 주고, 울거나 심심해할 때 반응해주는 일상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됩니다. 이런 경험이 충족되어야 아이가 세상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갖게 됩니다.
Q4. 영유아기 선행학습은 발달에 나쁜 영향을 주나요?
학교 입학 전부터 과도한 선행학습을 시키는 것은 발달 과정에 역행하는 방식으로 지적됩니다. 이런 경우 사회성이나 정서적인 부분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됩니다.
Q5. 이 시기에는 놀이 대신 학습지를 시켜도 되나요?
영유아기에는 학습지보다 보호자, 또래와 함께하는 놀이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놀이는 소통 능력, 자기조절 능력, 실행 기능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